톨스토이가 1886년에 발표한 이 중편 소설은, 판사라는 직함과 반듯한 응접실을 가진 한 남자가 죽음 앞에서 완전히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좀 헛헛했습니다. 마흔을 넘기면서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많아지는 요즘, 이 소설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지금 제 이야기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세속적 성공이라는 함정: 이반 일리치는 어떻게 살았나이반 일리치는 고등법원 판사였습니다. 사회적 지위, 품위 있는 인테리어, 타인의 시선, 이 세 가지가 그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에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불과 3~4년 전만 해도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시선, 막연한 성공, 물질적 풍요로움이 삶의 최..
완벽한 삶이 오히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아무 문제 없는 인생"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요?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고 저는 이 질문 앞에 한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1998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는 이 소설은, 삶의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같은 쌍둥이, 완전히 다른 삶 — 이 소설의 배경《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은 25세 여성으로, 1인칭 서술자(narrative perspective)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여기서 1인칭 서술자란 소설 속 화자가 직접 자신의 시각으로 모든 사건을 전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독자는 오롯이 안진진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이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소설의 핵심 대조가 안진진..
연락이 뜸해진 친구, 내 말을 흘려듣는 가족, 협조적이지 않은 직장 동료. 이런 상황마다 속이 불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불편하면 조용히 거리를 두고, 결국 관계를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그게 과연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 답을 찾다가 만난 책이 멜 로빈스의 《렛뎀 이론》이었습니다. 심리적 통제욕이 관계 스트레스를 만드는 방식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놀랐던 건, 제 안에 심리적 통제욕(psychological need for control)이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심리적 통제욕이란 타인의 행동이나 선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구를 말합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달랐습니다...